[인터뷰] 뮤지컬 <구텐버그> 버드역 배우 조형균, “작품선택에 중요한 기준은 함께하는 사람이죠”
2016년 12월 23일 11시 30분 입력

[위드인뉴스 김아리]


관객은 배우의 열정적인 모습에 열광한다.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배우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불과 몇 발자국 거리에 있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버드역으로 열연중인 배우 조형균은 혼신을 담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극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흠뻑 젖은 그의 티셔츠를 보면 편하게 앉아 관람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쌀쌀한 12월의 어느 날, 위드인뉴스가 배우 조형균을 만났다. 해맑게 웃으며 작품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다가도, 주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사뭇 진지해졌다.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인생 철학이 느껴졌다.


▲뮤지컬 <구텐버그> 출연 중인 배우 조형균


구텐버그 공연을 시작한지 약 한 달 이상 지났는데, 소감은? 공연 중에 쉬지 않고 움직이고, 땀도 많이 흘리는 것 같은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이제 구텐버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 합도 잘 맞고, 즐기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긴 해요. 제가 유독 땀이 많은 편이라 인터미션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 정도죠. 최근에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집 앞에 끊어두고 한동안 뜸했던 헬스장도 종종 가고 있어요.  
 
2명의 배우가 20여명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극의 특성상 조형균 배우는 작품 내에서 어린 아이부터 취객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한다. 무대에서 그가 표현한 다양한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품고 있었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연습 기간 동안 함께 작품을 하는 배우들 (정문성, 김신의, 정동화)과 수많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여러 배역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탄생 비화를 설명해주세요.


극중극의 캐릭터인 구텐버그와 수도사는 더그나 버드가 역할을 바꾸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해요. 더그는 구텐버그를, 제가 맡은 버드 역할은 수도사를 연기하죠. 그래서 수도사는 많이 애착 가는 캐릭터입니다.


그 외에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대장장이에요. 연습 당시 대장장이에 대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젊은 수도사 (사악한 수도사의 충성스러운 심복. 수도사를 선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편집자 주)는 캐릭터 상 느릿느릿하고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캐릭터인데, 대장장이는 젊은 수도사와 다르게 보이면서도 약간의 어눌함을 표현해야 했어요. 두 캐릭터 모두 약간의 어눌함을 가지고 있거든요. 젊은 수도사와 다르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여러 차례 특징을 바꾸기도 하던 와중에, 우연히 집 앞 편의점 사장님을 보고 영감을 얻었죠.  
 
편의점 사장님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요?


편의점 사장님을 통해 대장장이의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집 앞 편의점 사장님이 착하고 친절하신데, 말투가 다소 격양되어 있고 항상 화나있는 듯한 분이세요. 분명 친절하고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래서 친절하지만 다소 화나있는 듯한 말투(?)를 대장장이 캐릭터에 입히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대장장이는 짧게 나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임팩트 있게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음 날 연습실에서 모두에게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제 스스로 다듬고 연구해서 개발한 캐릭터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죠.
 
그렇다면 가장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나 장면은 있나요?


가장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들이에요. 여성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요. 헬베티카, 여인, 다른 여인, 반유태주의 꽃 파는 소녀 등 여성의 목소리를 각기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다소 어렵긴 해요. 그래서 여성 캐릭터들은 목소리 톤보다는 그들이 가진 특징으로 변화를 줬어요. 예를 들면 다른 여인은 치즈를 갉아먹는 건강미 넘치는 여인으로, 여인은 주변 동네 아주머니같이 표현했죠. 반유태주의 꽃 파는 소녀는 음악적으로도 뚜렷한 캐릭터라서 비교적 표현하기 수월했고요.



 
뮤지컬 구텐버그에 대한 질문에 유머 섞인 답변을 내놓았지만 캐릭터를 진지하게 분석하고 연기하는 그의 연기 철학이 옅은 미소에도 배어 나왔다. 문득 뮤지컬 구텐버그의 버드 역할을 수락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이전에 구텐버그를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작품인지 정확하게는 몰랐어요. 단지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작품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초연, 재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을 찾아보니 더그 역할의 배우들이 조금 더 끼가 많은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버드 역할은 차분하게 극을 정리하는 역할일 거라고 추측했죠. 하지만 연습실에 간 첫날, 제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어요. (웃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답을 할 때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유쾌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가던 그도 주변인들을 이야기 할 때에는 눈빛을 달리하며 답변했다.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이 흥행할지, 이 캐릭터가 제 이미지에 잘 맞을지는 많이 고민 하지 않아요.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작품을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배우들뿐만 아니라 연출감독님이나 음악감독님, 다른 스텝 분들 등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작품이라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작품을 선택합니다. ”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서 연기해나가는 과정이 분명 즐거울 것이고, 그 기운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고 믿어요. 비극이든 희극이든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긍정적일 때 관객들도 진심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저에겐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어릴 때는 작품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뮤지컬 <구텐버그> 공연 중 배우 조형균. 사진제공 : 쇼노트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뮤지컬 헤드윅을 꼽았다.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뮤지컬 헤드윅이에요. 헤드윅이라는 작품은 남자배우들에게는 꼭 하고 싶어 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헤드윅을 하게 된다면, 제 몸을 바쳐 연기하고 싶습니다. (하하)”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고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왔어요. 전학 와서 친구들이 많지 않던 시절, 한 친구로부터 학교 연극부에 들어가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저는 연극이란 단어조차 생소했었는데, 친구 따라 얼떨결에 가입을 하게 된 거죠. 알고 보니 굉장히 전통 있는 동아리였더라고요. 배우 신동욱 씨나 임주환 씨가 선배였죠. 그 동아리에서 한 선배를 만났는데, 당시 제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노래를 제일 잘했어요.


그 선배를 매일같이 따라다니며 노래 가르쳐달라고 졸랐죠. 결국 선배에게 노래도 많이 배우고, 연극이나 뮤지컬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어요. 심지어 그 선배가 직접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제 인생 첫 뮤지컬을 보여줬어요. 그때 봤던 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 이었습니다. 한국 초연이었어요.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선배가 세상을 떠났어요.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 그 선배를 대신해서라도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했던 것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 선배의 동생이 최근 슈퍼스타K에서 떠오른 신예 진원 씨에요.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2007년 뮤지컬 ‘찰리브라운’으로 데뷔한 뒤 약 2년간의 공백이 그를 겸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첫 작품 후 2년 동안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했고, 결국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자만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2년 뒤 새롭게 시작했던 작품이 뮤지컬 그리스. 그는 뮤지컬 그리스에서 앙상블 역할을 할 때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달았고, 그 당시가 가장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리스 앙상블 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오랜 공백 후 하게 된 역할이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이었거든요.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이었죠. 당시에 함께 했던 배우들과는 아직도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요. 저에게는 무대의 소중함도 느끼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해준 잊지 못할 순간들이죠.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꿈을 물었다.
“배우로서의 꿈이요? 저는 관객들에게는 믿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60~70대가 되면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끼리 모여서 대학로 소극장에서 리딩 공연도 하고, 끝나고는 소주 한잔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평생 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끝)